플립스크린 빈티지 캠코더를 손에 들고 촬영하는 모습

8mm 캠코더로 일주일 브이로그 찍어보면 생기는 일

일주일만 이걸로 찍어보자는 다짐

중고 거래로 8mm 캠코더 한 대를 구했다. 배터리도, 테이프도 상태를 알 수 없는 물건이었지만, 이번 한 주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아예 손대지 않고 이 캠코더로만 일상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회사 출근길부터 저녁 약속까지, 있는 그대로 찍어보면 이 오래된 기계가 왜 요즘 다시 유튜브와 SNS에 등장하는지 답이 나올 것 같았다.

첫째 날, 화면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전원을 켜자마자 당황한 건 뷰파인더였다. 스마트폰처럼 큼직한 화면으로 구도를 확인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 작은 사각 파인더에 눈을 바짝 붙이고 찍는 방식 자체가 낯설었다. 8mm 비디오 포맷은 1984년 소니, 파나소닉, JVC 등 127개 회사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표준으로 승인하면서 자리를 잡았다는데, 그 시절 사람들도 이 작은 파인더 하나로 가족 행사를 다 찍었다는 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셋째 날, 테이프가 다 되어간다는 감각

스마트폰은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 알림이 뜨고 앱을 지우면 그만이다. 그런데 캠코더는 테이프가 얼마나 남았는지 화면 구석 숫자로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당시 Video8 규격은 작은 카세트 하나에 최대 120분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는데, 그 120분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실감하자 아무 장면이나 찍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셔터, 정확히는 녹화 버튼을 누르게 됐다. 무제한으로 찍고 나중에 골라내는 습관이 얼마나 게을렀는지 이때 처음 깨달았다.

넷째 날, 배터리와 벌인 씨름

충전 단자 하나로 몇 시간이고 버티는 스마트폰과 달리, 캠코더 배터리는 중고로 구한 물건답게 완충해도 반나절을 채 버티지 못했다. 외출 전에 배터리를 얼마나 썼는지, 여분은 챙겼는지부터 확인하는 루틴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귀찮은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촬영이라는 행위를 시작하기 전에 한 번 더 준비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스마트폰으로는 별생각 없이 꺼내 찍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태도였다.

다섯째 날, 저녁 약속에서 카메라를 꺼냈다가

식당에서 캠코더를 꺼내자 옆자리 사람들이 힐끗거렸다. 스마트폰으로 찍을 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시선이, 오히려 부피가 크고 낯선 기계 하나에 확 쏠렸다. 그런데 정작 화면으로 돌려본 그날 영상은 예상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조명이 어두운 실내에서 화질이 다소 거칠어졌는데, 그 거친 입자와 살짝 번진 빛 번짐이 오히려 그날의 분위기를 더 생생하게 담아낸 느낌이었다.

일주일을 마치고 다시 본 영상들

집에 돌아와 캠코더 영상을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 자체도 스마트폰과는 완전히 달랐다. 케이블을 연결하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면서 캡처해야 했는데, 편집 프로그램에 파일 하나 드래그하면 끝나는 평소 작업과 비교하면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도 완성된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봤을 때, 스마트폰으로 찍은 브이로그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들었다. 화질이 좋지 않아서 오히려 그 순간이 실제로 지나간 과거처럼 느껴졌달까. 1985년 소니가 처음 내놓은 가정용 8mm 캠코더의 CCD 화소는 약 250만 화소에 불과했다는데, 지금 스마트폰 카메라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지만 이 부족함이 만드는 질감을 요즘 세대가 오히려 새롭게 발견하고 있는 셈이다.

일주일 뒤 남은 생각

편리함만 놓고 보면 스마트폰을 이길 이유가 하나도 없는 기계였다. 그런데 이 캠코더로 찍은 일주일치 영상은, 같은 기간 스마트폰으로 찍었을 영상보다 훨씬 적은 분량임에도 하나하나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무제한으로 찍을 수 없다는 제약이, 역설적으로 더 신중하게 순간을 고르게 만든 결과였다. 다음에 또 캠코더를 들고 나갈 일이 있다면, 이번엔 여분 배터리와 테이프를 넉넉히 챙겨서 조금 더 길게 일상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 편에서는 어원 이야기로 넘어가, ‘똑딱이 카메라’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를 짚어본다.

제한된 테이프 길이가 오히려 어떤 순간을 남길지 신중하게 고르는 눈을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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