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SLR은 죽었다. 카메라 업계에서는 이미 정설처럼 굳어진 말이다. 정말 그럴까.
이 시리즈에서 다룰 마지막 논쟁
지금까지 이 시리즈는 필름카메라, 아날로그 시계, 카세트테이프처럼 이미 한물갔다고 여겨졌던 물건들이 왜 요즘 다시 돌아오는지를 따라왔다. 그런데 이번 열한 번째 주제는 조금 다르다. DSLR은 아직 완전히 과거의 물건이 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 업계에서는 이미 사망 선고에 가까운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정말 그럴까. 양쪽 진영의 근거를 하나씩 나란히 놓고 판단해봤다.
“끝났다” 쪽의 근거
숫자로만 놓고 보면 이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다. 캐논과 니콘 모두 2020년 이후 신형 DSLR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니콘의 마지막 DSLR인 D780, 캐논의 마지막 플래그십 DSLR인 EOS-1D X Mark III 모두 2020년 1월에 발표된 모델이다. 이후 두 회사는 미러리스 신제품을 각각 11종, 14종 넘게 계속 쏟아냈지만 DSLR 후속 모델 계획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시장 통계 데이터도 정확히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신형 DSLR 모델 수는 2016년 10종에서 2019년 3종으로 줄어든 반면, 미러리스 신제품은 같은 기간 14종에서 21종으로 늘었다. 일본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 집계에 따르면 2020년 미러리스 출하량(293만 대)이 처음으로 DSLR 출하량(237만 대)을 앞질렀다. 니콘의 경우 이미징 사업 매출의 절반이 미러리스에서 나오고, DSLR 비중은 30% 수준까지 줄었다.
최신 수치를 보면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24년 기준 미러리스 카메라 출하량은 522만 대, DSLR은 87만 대로 미러리스가 DSLR을 5배 가까이 앞질렀다. 2023년과 비교하면 미러리스는 476만 대에서 522만 대로 10% 성장한 반면, DSLR은 106만 대에서 87만 대로 18% 감소했다. 더 눈에 띄는 건 제조사들의 태도다. 캐논과 니콘은 이미 5년 가까이 신규 DSLR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고, 소니·후지필름·파나소닉·올림푸스(OM 디지털)는 아예 미러리스로 완전히 전환했다. DSLR 시장에 남아 명맥을 잇고 있는 건 사실상 펜탁스뿐인데, 이마저도 2024년 출하량이 1만 대에 그쳤다.
5배 차이는 결론처럼 보이지만, 이건 올해 새로 팔린 물건의 숫자다. 이미 팔려서 지금도 돌아가는 DSLR이 몇 대인지는 이 표에 안 나온다.
나는 그 과도기의 디지털 기기에 꽤 매료돼 있던 쪽이다. 학과 답사를 나가면 닥치는 대로 찍었는데, 잘 찍지 못해도 많이 찍어두면 그중에서 원하는 부분을 골라낼 수 있었다. 그게 가능해진 최초의 시기였다. 필름이었다면 한 장 한 장을 계산했을 텐데,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그때는 신기했다.
“아직 안 끝났다” 쪽의 근거
그런데 반대쪽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DSLR의 광학 뷰파인더는 전자식 화면과 달리 실제 빛을 그대로 눈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지연이나 화면 끊김이 전혀 없다. 배터리 소모 방식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러리스는 촬영 대기 중에도 전자식 화면이나 뷰파인더를 계속 켜둬야 하지만, DSLR은 광학식이라 그 전력 소모가 없어 배터리가 훨씬 오래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십 년에 걸쳐 쌓인 렌즈 생태계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이미 DSLR 바디와 렌즈를 여러 개 갖춘 사람 입장에서는, 잘 작동하는 장비를 두고 굳이 바디부터 렌즈까지 전체 시스템을 새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 특히 스포츠 경기나 야생동물처럼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촬영에서는, 광학 뷰파인더의 지연 없는 반응 속도를 여전히 더 신뢰한다는 사진가들도 적잖이 남아 있다.
지연이 없다는 걸 이유로 드는 사람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이 논쟁의 핵심이라고 본다. 성능표에 안 잡히는 항목이라 숫자로는 반박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DSLR은 끝났다’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중고 DSLR 시장은 오히려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고, 신품 가격 부담 없이 입문하려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그립이나 렌즈 마운트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DSLR 사용자들이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실질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다만 이제 막 카메라를 새로 장만하려는 사람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간다. 두 제조사 모두 신형 DSLR 개발을 사실상 접은 상태이니, 신제품 라인업과 최신 자동초점·손떨림보정 기술은 전부 미러리스 쪽에만 계속 추가되고 있다. 앞으로 나올 렌즈와 액세서리, 소프트웨어 지원도 미러리스 마운트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즉 지금 이 순간 새로 시스템을 꾸린다면, 인기와 무관하게 장기적으로는 미러리스 쪽이 더 안전한 선택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판단은 ‘이미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두 진영의 주장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 논쟁은 사실 “어느 기술이 더 우수한가”보다는 “지금 무엇을 갖고 있는가”에 더 가까운 문제다. 제조사 로드맵과 시장 흐름은 분명히 미러리스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하지만 이미 DSLR을 오래 써온 사람에게는, 통계상의 흐름과 무관하게 지금 손에 든 카메라가 여전히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신제품 로드맵의 죽음과, 이미 만들어진 물건의 쓸모는 서로 다른 이야기다. 실제로 사진 커뮤니티를 둘러봐도, 회사가 신제품을 더 안 만든다고 해서 당장 카메라를 바꿔야 한다고 조급해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오히려 단종이 확정된 이후 남은 재고나 중고 매물을 찾는 사람들도 꾸준히 있다.
단종이 확정된 뒤에 오히려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카메라만의 일이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물건들이 대체로 그 경로를 지나왔다.
다음 편에서는 다시 이 시리즈 본래의 결로 돌아와, 2000년대 똑딱이 디카가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에 다시 올라오는 이유를 다룬다.
기술은 세대교체되어도, 이미 손에 쥐고 있는 도구의 쓸모까지 함께 끝나는 건 아니다.
관련해서 Y2K 감성의 시작,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편도 함께 보면 이해가 더 깊어진다.
DSLR과 미러리스, 무엇이 실제로 다른가
| 구분 | DSLR | 미러리스 |
|---|---|---|
| 뷰파인더 | 광학식(지연 없음) | 전자식(실시간 노출 미리보기) |
| 배터리 소모 | 상대적으로 적음 | 상대적으로 많음 |
| 2020년 CIPA 출하량 | 약 237만 대 | 약 293만 대(DSLR 첫 역전) |
| 신제품 개발 | 2020년 이후 사실상 중단 | 지속 출시 |
참고: CIPA(일본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 통계, Wikipedia 「Mirrorless interchangeable-lens cam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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