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이 아닌 ‘재료’를 판 브랜드
옷가게 진열대가 아니라 프린트 업체의 창고에서 먼저 팔리던 브랜드가 있다. Screen Stars다. 이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완제품을 직접 판매하기보다, 그래픽을 찍을 무지 티셔츠 시장을 정조준한 라인이었다.
니치 시장을 읽은 전략
Screen Stars는 대형 의류 제조사 프루트 오브 더 룸이 1980년경 선보인 브랜드다. 당시 스크린 프린팅 업체들은 그래픽을 찍을 무지 티셔츠가 대량으로 필요했는데, 프루트 오브 더 룸은 완제품 판매 경쟁 대신 이 틈새 수요를 정확히 겨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80년대 내내 프린트 업계의 사실상 표준 블랭크로 자리 잡았다.
왜 이렇게 자주 발견될까
밴드 투어 셔츠, 영화 프로모션 상품, 관광 기념품까지 서로 다른 종류의 프린트 티셔츠에서 공통적으로 Screen Stars 태그가 발견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콘텐츠나 유통 경로와 무관하게 여러 업체가 같은 블랭크를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증명한다.
상위 라인의 등장
80년대 후반에는 “Screen Stars Best”라는 상위 라인이 별도로 구성됐다. 프린트 업계 고객사들의 품질 요구가 그만큼 까다로워졌다는 신호였고, 동시에 이 브랜드가 저가 경쟁이 아니라 품질 경쟁으로 포지셔닝을 옮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번호 하나로 증명되는 소유권
Screen Stars 태그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부여한 등록 식별 번호 13765가 표기돼 있다. 이 번호는 프루트 오브 더 룸이라는 모기업 명의로 등록된 것으로, 이 태그가 실제로 그 회사 산하 브랜드였다는 사실을 공식 기록으로 뒷받침한다.
여러 개의 얼굴, 하나의 회사
이런 등록 번호 체계는 Screen Stars에만 해당하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큰 의류 회사일수록 시장별로 서로 다른 이름의 하위 브랜드를 여러 개 운영하는 경우가 흔했는데, 겉으로는 전혀 다른 브랜드처럼 보여도 법적으로는 하나의 모기업 아래 등록돼 있었다.
독점이 아니라 경쟁이었던 블랭크 시장
다만 Screen Stars가 시장을 완전히 독점했던 것은 아니다. 같은 시기 여러 제조사가 각자의 블랭크 라인을 내세우며 프린트 업체의 선택을 두고 경쟁했고, 프린트 업체들은 원단 두께나 핏, 가격에 따라 거래처를 바꾸기도 했다. Screen Stars가 유독 자주 눈에 띄는 것은 이런 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높은 점유율을 지켰기 때문이지,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다는 점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프린트 업체가 블랭크를 고르던 기준
프린트 업체 입장에서 블랭크를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만이 아니었다. 원단의 두께가 프린트 발색에 유리한지, 사이즈별 재고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 무엇보다 단가가 대량 주문에 적합한지가 실질적인 선택 기준이었다. Screen Stars가 꾸준히 선택받은 것은 이런 여러 실무적 기준을 두루 충족했기 때문이지, 단순한 브랜드 선호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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