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회사가 언론사가 되려는 진짜 이유, 언론중재법이 만드는 이중성

콘텐츠 회사가 언론사가 되려는 진짜 이유, 언론중재법이 만드는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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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ith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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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로 시작한 회사가 왜 갑자기 ‘언론사’가 되고 싶어할까. 답은 생각보다 실용적이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언젠가 명예훼손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그때 언론중재법이 규정하는 언론의 지위는 방패가 될 수도,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센티미디어처럼 시사·역사 콘텐츠를 다루는 블로그라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스무 살에 나는 뉴스를 읽는 쪽에 있었다

대학 방송국에서 아침 방송을 진행했다. 원고는 내가 직접 썼고 생방이었다. 아침 시간을 맞추는 게 매번 고역이었는데,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무렵이다.

공습으로 문화재가 부서지고 있다는, 무게가 만만치 않은 뉴스였다. 그런데 정작 나를 진땀 빼게 한 건 사안이 아니라 이름이었다. 장관과 장군들의 이름이 너무 길고 발음하기 어려웠다. 틀리지 않으려고 원고를 몇 번씩 소리 내어 읽었다. 생방이라 한 번 나가면 주워 담을 수 없었으니까.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한 일은 전달이었다. 어디선가 정리된 사실을 받아서 목소리로 옮기는 자리였고, 그 사실이 맞는지 따져보는 자리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듣는 사람에게 그건 그냥 뉴스였다. 읽는 사람이 검증했는지 아닌지는 목소리에 묻어나지 않는다. 언론이라는 지위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이 대목이 먼저 떠오른다.

정정보도청구권이라는 이름의 안전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언론중재법)은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소송 없이도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절차를 명문화하고 있다(국가법령정보센터 「언론중재법」). 이 법이 정의하는 ‘언론’에는 방송, 신문, 뉴스통신뿐 아니라 인터넷신문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즉 어떤 매체가 ‘언론’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피해구제 절차와 방어 논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구분이 실제 소송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이 글의 설명을 법률 자문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 법을 찾아본 건 센티미디어를 언론사로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되지 않았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궁금해서였다.

‘공적 관심사’라는 방패

언론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표를 다는 문제가 아니다. 명예훼손 소송에서 보도 내용이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이고 진실이라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법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항변은 통상 ‘언론’의 취재·보도 활동에 더 폭넓게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된다. 정치·역사 콘텐츠를 다루는 매체 입장에서는 이 지위가 단순한 명예가 아니라 실질적인 법적 완충지대로 작동할 수 있다. 폴리티카 시리즈처럼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콘텐츠라면 더더욱 이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방패가 되는 지위가 있다는 걸 알고 나면 그걸 갖고 싶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정리하다 보니 생각이 반대로 갔다. 방패를 드는 순간 들고 다녀야 할 무게도 같이 생긴다.

그런데 방패에는 무게가 있다

여기서 이중성이 드러난다. ‘언론’이라는 지위를 얻으려면 통상 인터넷신문 등록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등록에는 취재 인력 요건 등 일정한 기준이 따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등록된 매체는 정정보도청구 등 피해구제 절차의 상대방이 되는 의무도 함께 진다. 보호막을 두르는 대가로 규제도 함께 짊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그냥 콘텐츠 회사로 남을까, 언론으로 등록할까”라는 질문이 생각보다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장단이 갈린다 — 등록하지 않으면 방어 논리가 약해질 수 있고, 등록하면 지켜야 할 절차가 늘어난다.

언론중재법과 신문법, 다른 법이지만 겹치는 자리

여기서 한 가지 정리하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정정보도청구권 같은 피해구제 절차는 언론중재법이 규정하고, 인터넷신문으로 등록하기 위한 구체적 요건(취재 인력, 발행 형태 등)은 별도의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신문법)이 규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법은 이름도 다르고 소관도 다르지만, 실제로는 맞물려 작동한다 — 신문법에 따라 인터넷신문으로 등록해야 언론중재법상 ‘언론’으로서의 지위와 절차 대상이 명확해지는 구조로 해석된다. 즉 콘텐츠 회사가 언론이 되는 길은 하나의 법이 아니라 두 개의 법을 동시에 통과해야 하는 절차라는 뜻이다. 이 구조를 모르고 “그냥 신청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접근하면, 어느 단계에서 막힐지 예상하기 어렵다.

콘텐츠 회사가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이유

정치 카드게임 폴리티카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문제는 예견돼 있었다. 실존 인물의 정치적 순간을 카드 한 장으로 압축하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명예, 누군가의 기억과 부딪힌다. 그때 “우리는 그냥 게임 회사다”라고 말하는 것과 “우리는 공적 관심사를 다루는 매체다”라고 말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이 판단은 전문적인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등록 여부나 법적 지위는 변호사와 상담해 결정할 문제다. 다만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이 구조를 미리 이해해두는 것과 모른 채 사고를 당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언론이 되려는 이유는 명예가 아니라,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계산이다.

조정이라는 완충 절차

언론중재법이 만든 또 다른 장치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조정 절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예훼손이나 사실관계 다툼이 생겼을 때 곧바로 소송으로 가지 않고, 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비교적 신속하게 결론을 낼 수 있는 경로가 마련돼 있다고 한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그때 소송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이 절차는 언론으로 등록된 매체를 상대로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언론 지위가 있는 매체는 소송 이전 단계에서 문제를 정리할 기회를 한 번 더 갖는 셈이다. 반대로 언론 지위가 없는 일반 사업자라면 이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언론 지위는 방어 논리뿐 아니라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 자체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이 모든 논의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좁혀진다. 콘텐츠를 계속 만들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마주치는 순간이 온다 — 사실을 보도했을 뿐인데 누군가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순간. 그때 언론 지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서류 한 장의 차이가 아니라, 대응할 수 있는 절차와 논리의 폭 자체가 달라지는 문제다.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이미 늦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언론중재법과 신문법은 어떻게 다른가

구분언론중재법신문법
정식 명칭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주요 내용정정보도·반론보도·추후보도 청구권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취재 인력·발행 형태 등)
역할피해구제 절차 규정‘언론’ 지위 획득 요건 규정
언론중재법과 신문법의 관계

표현의 자유와 명예 사이의 선은 형법 쪽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그어진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법률 자문을 대신하지 않는다. 실제 등록·지위 판단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해야 한다. 참고: 국가법령정보센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국가법령정보센터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이름표 하나가 방패도 되고, 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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