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가 장착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Y2K 감성의 시작,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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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 감성이라고 하면 다들 반짝이는 액세서리나 로우라이즈 청바지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그 화려한 이미지를 하나씩 걷어내면, 결국 손에 들려 있던 작은 기계 하나가 남는다.

Y2K 감성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진짜 시작점

Y2K 감성이라고 하면 다들 반짝이는 액세서리나 로우라이즈 청바지 같은 패션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그 화려한 이미지들을 하나씩 걷어내다 보면, 결국 그 시절 손에 들려 있던 물건 하나에 도달하게 된다. 허리춤이나 주머니에 매달고 다니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다. 이 작은 기계가 어떻게 세대를 건너 지금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감성 코드가 됐는지, 그 시작점을 거슬러 올라가 봤다.

사실은 받아쓰기용으로 태어난 매체

카세트테이프라는 매체 자체는 원래 음악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1963년 필립스가 처음 선보인 콤팩트 카세트는 부피가 큰 릴테이프를 대체할 받아쓰기용 녹음 매체로 설계됐다. 회의록을 남기거나 메모를 녹음하는 용도로 시작된 이 작은 테이프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음악을 담는 가장 대중적인 매체로 자리를 옮겨가리라고는 필립스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용적인 사무기기로 태어난 물건이 훗날 한 세대의 감성을 대표하는 상징이 된다는 건, 지금 돌이켜봐도 꽤 아이러니한 전개다.

이 테이프를 들고 다니게 만든 물건이 워크맨이다. 1979년 7월 1일 소니가 내놓은 TPS-L2가 그것인데, 그 기원과 초기 반응은 소니 워크맨 역사에서 따로 다뤘다. 여기서는 테이프 쪽 이야기만 이어간다.

카세트가 다시 집계에 잡히기 시작했다

워크맨이 대중화시킨 이동식 음악 감상 문화는 CD플레이어와 MP3플레이어로 이어지며 2000년대를 관통했고, 그 시기의 물건과 화면 디자인, 색감까지 통틀어 지금 ‘Y2K 감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소환되고 있다. 스트리밍으로 어떤 곡이든 즉시 재생할 수 있는 지금 세대가, 오히려 손으로 테이프를 갈아 끼우고 되감기 버튼을 누르는 그 번거로운 경험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카세트는 한동안 통계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별도 항목으로 집계되는 포맷이 됐다.

솔직히 나는 이 유행이 아주 오래갈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테이프는 음질로 이길 수 있는 매체가 아니고, 되감기의 번거로움도 몇 달 지나면 그냥 번거로움이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굳이 테이프를 사는 이유는 소리가 아니라 손에 있다고 생각한다. 케이스를 딸깍 열고, A면이 끝나면 꺼내서 뒤집고, 되감는 동안 잠깐 기다리는 그 동작들. 스트리밍이 없앤 건 불편이 아니라 그 동작이었다.

버튼을 누르는 손끝의 감각

지금 스트리밍 앱은 손가락 하나로 다음 곡을 넘긴다. 그런데 카세트 플레이어는 되감기와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고 테이프가 다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원하는 곡을 정확히 찾지 못해 몇 초를 더 듣거나 덜 듣게 되는 그 불완전함이, 요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 그 틈이 Y2K 감성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믹스테이프라는, 지금은 사라진 정성

카세트 시대에는 좋아하는 곡을 하나씩 골라 순서를 정하고, 라디오나 다른 테이프에서 곡을 녹음해 나만의 믹스테이프를 만드는 문화가 있었다. 재생 목록을 만드는 지금의 플레이리스트와 비슷해 보이지만, 곡 하나를 넣기 위해 실시간으로 재생과 녹음 버튼을 동시에 누르고 기다려야 했다는 점에서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테이프를 누군가에게 건네는 행위 자체가, 지금의 플레이리스트 공유 링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를 지녔다.

다음 편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는 논쟁, DSLR은 정말 끝난 것인지를 미러리스와 비교하며 다뤄본다.

루 오튼스,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는 게 불만이었던 엔지니어

콤팩트 카세트를 실제로 설계한 사람은 필립스의 엔지니어 루 오튼스(Lou Ottens)였다. 당시 필립스가 팔던 릴테이프 녹음기가 너무 크고 다루기 번거롭다고 느낀 그는, 나무 블록으로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모형을 직접 깎아 만들어 이상적인 크기를 가늠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완성된 콤팩트 카세트는 1963년 독일 베를린 라디오 박람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오튼스는 훗날 이 발명이 “성공은 예상했지만, 혁명이 될 줄은 몰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후 필립스에서 CD 개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카세트와 CD라는 두 시대의 매체를 모두 설계한 인물로 남았다.

카세트 60년, 연도별로 짚으면

연도사건
1963필립스, 베를린 라디오 박람회에서 콤팩트 카세트 최초 공개(받아쓰기용)
1965년경음악 녹음용 카세트 테이프 보급 확대
1979소니 워크맨(TPS-L2) 출시, 개인용 음악 감상 매체로 전환
1980년대믹스테이프 문화 확산
2000년대CD·MP3에 밀려 주류 시장에서 퇴장
2010년대~Y2K 감성·레트로 붐과 함께 재조명
콤팩트 카세트 60년 연표

참고: Philips 「Lou Ottens, inventor of the cassette tape」, Wikipedia 「Cassette tape」

되감기 버튼을 누르고 다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그 몇 초가, 지금 우리가 되찾고 싶은 감각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 감성을 더 느끼고 싶다면 우리가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이유 이야기도 함께 읽어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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