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랙이 살아 있네요. 이건 세월이 만든 거라.”
빈티지 매대에서 갈라진 프린트는 흠이 아니라 값이다. 시간만 만들 수 있는 흔적이니, 그게 있으면 진짜라는 것이다. 빈티지 티셔츠를 다루는 글도 대체로 같은 문장 위에 서 있다. 크랙은 짧은 시간에 흉내 낼 수 없다고.
그래서 실크스크린(스크린 프린팅) 잉크 시장을 뒤졌다. 40년이 걸려야 나오는 흔적이라면 그걸 파는 데가 없어야 맞으니까.
있었다. 그것도 여러 나라에.
40년이 걸려야 나온다는 흔적을 파는 데가 여러 나라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매대에서 들었던 말들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자료로 확인한 다음에는 직접 해보기도 했는데, 그 기록은 옥상에 티셔츠를 한 달 걸어둔 실험에 따로 적었다. 파는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 사람도 그렇게 배웠을 것이다.
영국 유통사 D. Roper의 상품 페이지에 걸린 AMEX 텍스프린트 빈티지 베이스는 165도에서 2~3분 경화한 뒤 손으로 구기거나 세탁하면 크랙이 나온다고 적혀 있다. 1킬로그램 통이 9.22파운드, 5킬로그램이 48.97파운드다(부가세 별도). 미국에서는 마쓰이의 크랙 베이스 클리어가 쿼트 29.99달러에서 5갤런 339.99달러 사이로 팔린다. 이탈리아 바이러스 잉크의 하이드라 크래킹 화이트는 인쇄 표면을 수직으로 깰지 수평으로 깰지 양쪽 다 깰지 작업자가 손으로 정한다.
세 제품을 한자리에 놓으면 이렇게 된다. 표의 ‘경화’는 찍은 잉크를 열로 구워 굳히는 마지막 공정을 말한다.
| 제품 | 크랙 내는 법 | 가격 |
|---|---|---|
| AMEX 텍스프린트 빈티지 베이스 나라: 영국 | 경화 후 손으로 구기거나 세탁 경화: 165°C · 2~3분 | 1kg £9.22 / 5kg £48.97 (부가세 별도) |
| 마쓰이 크랙 베이스 클리어 나라: 미국 | 플래시 단계에서 자동으로 갈라짐 | 쿼트 $29.99 / 5갤런 $339.99 |
| 바이러스 잉크 하이드라 크래킹 화이트 나라: 이탈리아 | 수직·수평·양방향을 작업자가 지정 | — |
빈칸은 자료를 찾지 못한 항목이다. 지어 넣지 않았다.
세월이 40년 걸려 만든다는 흔적에는 정가와 규격과 경화 조건이 붙어 있다.
그렇다고 갈라진 프린트가 전부 가짜라는 얘기는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균열과 페이딩은 그 옷이 무엇을 겪었는지는 말해주지만, 몇 년을 살았는지는 말해주지 못한다. 노출과 마찰의 함수지 시간의 함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 없으면 이 표만 보고 가셔도 된다
| 흔적 | 확인되는 것 | 확인 안 되는 것 |
|---|---|---|
| 프린트 균열 | 잉크 층이 유연성을 잃었다 | 걸린 시간 |
| 균열의 분포 | 어디가 접히고 스쳤는지 | 착용 기간 |
| 색 바램 | 빛과 세탁에 노출된 이력 | 제조 연도 |
| 색상별 편차 | 내광성이 다른 염료가 섞였다 | 어느 색이 먼저인지 |
| 손바느질 자국 | 누군가 고쳐 입었다 | 고친 시점 |
| 도톰한 잉크 층 | 두껍게 얹는 방식으로 찍었다 | 연대 |
오른쪽 칸이 이 글의 절반이다. 왼쪽 칸만 읽으면 값을 잘못 매긴다.
무게가 다른 두 종류의 근거가 이 글에 섞여 있다는 것도 미리 말해둔다. 제조사가 기술 자료에 적어둔 것과, 수집가들이 수천 장을 보고 정리한 관찰이다. 본문에서 매번 되풀이하는 대신 맨 아래 참고 자료에 [1차]와 [2차]로 갈라 적어뒀다.
아래는 오른쪽 칸이 왜 저렇게 적혔는지, 그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크랙은 잉크가 늙어서가 아니라 무언가 빠져나가서 생긴다
프린트가 갈라지는 건 잉크가 말라서가 아니다. 잉크를 부드럽게 붙들고 있던 액체가 빠져나가서다. 티셔츠에 그림을 찍는 실크스크린 잉크, 플라스티졸은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PVC 수지 가루와, 가소제라 부르는 걸쭉한 투명 액체다. 가소제는 이름 그대로 딱딱한 것을 말랑하게 만드는 첨가제다. 잉크 제조사 로슨(Lawson Screen & Digital Products)의 기술 자료가 그렇게 적고 있다. 열을 가하면 수지가 가소제를 흡수해 유연한 필름이 되는데, 이 온도를 융착 온도라 부르고 대개 섭씨 138도에서 160도 사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소제가 PVC 사슬에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섞여 있다. 결합하지 않았으니 나갈 수 있다. 『Collagen and Leather』에 실린 가소제 이동 측정법 종설은 가소제가 “생산, 보관, 사용 중에 코팅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있다”고 정리하고, 그 결과가 코팅의 취성화라고 적는다.
가소제가 빠진 PVC는 단단하고 잘 깨진다. 창틀이나 배관에 쓰는 경질 PVC(uPVC)가 바로 그 상태인데, 두께가 있으면 구조재로 쓸 만하지만 옷 위에 얹힌 수십 마이크로미터짜리 필름이 그렇게 되면 갈라지는 것 말고 갈 곳이 없다.
갈라진 프린트는 세월의 흔적이거나, 그냥 인쇄소의 실수다
여기에 플라스티졸의 또 다른 성질이 겹친다. 이 잉크는 섬유에 스며들지 않는다. 섬유를 감싸 안으며 기계적으로 물릴 뿐이다. 염색처럼 실 자체를 물들이는 것이 아니라 위에 얹힌 필름에 가깝다.
그러니 원단이 늘어나고 접힐 때 잉크 층은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가소제가 빠져나갈수록 따라가지 못한다. 갈라진다. 세월이 만드는 크랙의 기전은 여기까지다. 그리고 여기서 이 글의 문제가 시작된다.
같은 로슨 자료는 경화가 부족하면 “수지가 가소제를 다 흡수하지 못해 세탁할 때 잉크가 갈라지고 원단에서 떨어져 나간다”고 경고한다. 즉 균열은 세월의 흔적이기도 하고 인쇄소의 실수이기도 하다. 갈라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둘을 가를 수 없다.
인공 크랙은 무늬를 인쇄하는 게 아니다
여기서 널리 퍼진 설명 하나를 고쳐야 한다. 빈티지 글들은 인공 크랙을 이렇게 설명한다. 미리 디자인된 균열 무늬를 그대로 인쇄하기 때문에 같은 상품이면 균열 모양이 똑같이 반복된다고. 실제 제품을 보면 그렇지 않다. 시중의 크랙 베이스는 무늬를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잉크 층을 물리적으로 갈라지게 만든다.
방식은 제조사마다 갈린다. AMEX 빈티지 베이스는 경화가 끝난 뒤 손으로 구기거나 세탁기에 돌려야 크랙이 나온다. 마쓰이 크랙 베이스는 반대로 플래시 단계에서 갈라진다. 플래시란 다음 색을 얹기 전에 열을 잠깐 쬐어 잉크 표면만 굳혀두는 중간 건조 공정이다. 두꺼운 잉크 층의 겉면이 속보다 먼저 마르고 수축하면서 표면이 찢어지는 원리라, 유통사 기술 설명은 “플래시를 건너뛰면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바이러스 잉크는 수동으로 깨는 제품과 플래시 열충격으로 자동으로 깨는 제품을 따로 판다.
여기서 예상 밖의 사실이 하나 나온다. 확인된 세 제품은 모두 수성이고 모두 PVC 프리다. 크랙을 상품으로 만드는 잉크는 플라스티졸이 아니다. 세월이 만드는 균열은 가소제가 빠져나가는 화학적 과정이고, 상품으로 파는 균열은 두껍게 얹은 수성 피막을 물리적으로 찢는 공정이다. 출발점이 다르다.
그럼 결이 다르게 생겼을까 — 제조사들끼리 말이 엇갈린다
출발점이 다르면 결과물도 다르게 생겼을 법하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자료가 갈린다. 마쓰이 제품 설명은 “두 장이 같은 방식으로 갈라지는 일은 없다”며 무작위성을 판다. 바이러스 잉크는 자사 기술 문서에서 정반대로 “높은 품질의 미적 결과를 재현할 수 있다”고 재현성을 판다. 둘 다 판매 문구다. 결의 동일성으로 진위를 가르겠다는 기준은 제조사들 스스로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지점에 서 있는 셈이다.
인공 크랙이 무늬의 반복으로 걸리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분포뿐이다. 실제로 입힌 옷은 겨드랑이 아래, 목 주변, 프린트 가장자리처럼 접히고 스치는 자리에 균열이 몰린다. 다만 이 기준도 결정적이지 않다. 손으로 구겨서 크랙을 내는 방식이라면 구기는 자리를 고르는 것으로 분포까지 흉내 낼 수 있고, 방향을 수직·수평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제조사 안내가 바로 그 얘기다. 세탁기에 돌려 크랙을 내는 방식은 아예 실제 마찰과 같은 힘을 쓴다.
게다가 분포에 관한 이 관찰 자체가 계측된 적이 없다. 수천 장을 본 수집가들의 경험칙이다. 그러니 분포는 진위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다. 다른 단서와 어긋나는지 확인하는 참고 항목일 뿐이고, 이 글에서 진위를 단독으로 판정하는 흔적은 결국 하나도 없다.
같은 세월을 보내도 더 잘 갈라지는 프린트가 따로 있다
짙은 원단에 밝은 그래픽을 찍으려면 흰색 잉크로 밑칠 층을 깔고 그 위에 색을 겹친다. 업계에서 언더베이스라 부르는 이 밑칠이 층을 하나 더 만든다.
로슨의 기술 자료는 두꺼운 잉크 층일수록 경화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적는데, 대량 생산 라인에서 컨베이어 속도는 대체로 고정돼 있었다. 층이 두꺼운 프린트가 경화 부족에 더 노출됐으리라는 추정은 여기서 나온다. 추정이지 확인된 통계는 아니다.
만졌을 때 도톰하게 솟아 있는 프린트, 발포제를 섞은 퍼프는 아예 다르게 늙는다. 에이비언트(러틀랜드 계열)의 NPT 퍼프 첨가제 기술 자료는 이 첨가제를 잉크 무게의 최대 15퍼센트까지 섞어 퍼프 잉크로 만들라고 안내한다. 건조기를 지나면 잉크가 빵처럼 부풀어 오르고, 부푼 층 안에는 기포가 남는다. 그래서 퍼프는 실금이 아니라 표면이 우툴두툴 부서지는 형태로 무너진다. 로슨 자료가 176도를 넘기면 퍼프가 주저앉는다고 경고하는 것도 이 구조 때문이다.
어떤 프린트가 잘 갈라지는지는 세월보다 층수와 배합이 먼저 정한다. 같은 해 같은 공장에서 나온 두 장도 여기서 갈린다.
바램은 시간이 아니라 노출을 기록한다
여기까지가 크랙이다. 색 쪽에는 실험이 있다.
염료 분자에는 빛을 흡수해 특정 색을 내는 발색단이 있다. 자외선을 계속 받으면 이 구조가 끊어지고 색을 내는 능력이 약해진다. 광분해다.
바래는 것은 염료만이 아니다. 면 자체도 변한다. 면섬유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에 자외선을 쬔 연구는 면직물 전반에서 황변, 그러니까 누렇게 뜨는 현상이 관찰된다고 보고하며, 이를 광분해와 광변색(빛을 받아 색이 변하는 반응)이 함께 일어난 결과로 설명한다. 면에 미량 남은 리그닌 불순물, 그중 퀴놀·페닐쿠마란 잔기가 여기 관여한다. 같은 연구는 자외선 조사 후 인장·인열 강도가 떨어진다는 것도 함께 보고한다.
오래된 티셔츠의 그 특유의 얇고 부드러운 감촉에는 손실이 섞여 있다.
흔히 인용되는 그 세탁 실험은 온도 얘기가 아니었다
세탁 쪽은 수치가 있다. 리즈 대학의 코튼·블랙번과 P&G의 헤이워드·랜트가 2019년 『다이스 앤드 피그먼츠』에 실은 실험은 티셔츠를 두 가지 조건으로 각각 16회 세탁했다. 25도에서 30분 도는 짧은 냉수 코스와, 40도에서 85분 도는 긴 코스다. 짧고 차가운 쪽에서 염료 유출이 최대 74퍼센트, 미세섬유 배출이 최대 52퍼센트 적었다.

감별 글에는 이 실험이 “60도로 빨면 30도보다 염료가 훨씬 많이 빠진다”는 식으로 옮겨져 다닌다. 실제 실험은 60도도 30도도 쓰지 않았다. 바뀐 것은 온도만이 아니라 시간까지였고, 74퍼센트라는 값은 차가운 물과 짧은 코스가 함께 지킨 것이다. 온도 하나만 떼어 인용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다.
염료의 종류도 갈린다. 반응성 염료는 셀룰로오스와 공유결합을 이룬다. 실 자체와 화학적으로 한 몸이 된다는 뜻이고, 그래서 잘 빠지지 않는다. 반면 안료는 섬유와 결합하지 않는다. 바인더라는 접착 성분에 얹혀 표면에 붙어 있을 뿐이라 세탁과 마찰에 약하다. 소비자가 볼 수 없는 이 선택이 몇 년 뒤 그 옷의 색을 결정한다.
“빨간색이 먼저 바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색상별로 바래는 속도가 다르다는 관찰은 흔하다. 붉은 계열이 먼저 빠진다는 말도 자주 보인다. 속도가 다른 것은 맞다. 다만 그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색이 아니라 염료 분자다.
섬유 업계는 이 성질을 블루울 스케일이라는 등급으로 관리한다. 염료가 빛을 얼마나 버티는지를 매긴 국제 척도인데, 숫자가 클수록 오래 버틴다. ISO 105-B02가 쓰는 척도로 1에서 8까지 여덟 단계가 있고, 시험장비 제조사 제임스 힐의 기술 해설은 “각 기준이 앞 기준보다 두 배 오래 걸려 같은 등급까지 바랜다”고 설명한다.
아래 표의 ‘회색척도 4등급’은 색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재는 표준 잣대의 눈금 하나다. 그만큼 바랠 때까지 몇 시간이 걸렸는지를 적은 값이다.
| 블루울 등급 | 회색척도 4등급까지 걸리는 노출 | BW1 대비 |
|---|---|---|
| BW1 | 약 6시간 | 1배 |
| BW4 | 약 48시간 | 8배 |
| BW5 | 약 80시간 | 약 13배 |

같은 해설이 밝힌 시험 조건은 42W/m²(300~400nm), 흑표준온도 50도, 유효습도 40퍼센트다. 표에 BW8이 없는 이유는 그 해설에 BW8의 실측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확인된 세 값만 놓고 보면 BW1에서 BW4까지 세 단계는 정확히 여덟 배로 떨어지는데, BW4에서 BW5로 가는 한 단계는 1.7배다. 등비는 자로 잰 규칙이 아니라 척도의 설계 의도에 가깝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같은 빨강이라도 어느 등급의 염료로 물들였느냐에 따라 버티는 시간이 열 배 이상 갈린다. 색깔로 페이딩 속도를 예측하는 것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배색이 어긋나는 건 진짜다, 다만 연도와는 상관없다
그래서 여러 색이 섞인 그래픽에서 배색이 어긋나는 현상은 실재한다. 같은 자외선을 같은 시간 맞아도 낮은 등급 염료로 찍은 면과 높은 등급 염료로 찍은 면은 다른 속도로 물러난다. 표 네 번째 줄이 그 얘기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연대 감별과 상태 감별이 갈린다. 태그 규정과 프린트 안의 저작권 연도로 연도 구간을 잡는 일은 싱글스티치면 80년대? 빈티지 티셔츠 구별법에서 다룬 별도의 절차이고, 페이딩과 크랙은 그 절차에 아무것도 보태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창가에 3년 걸어둔 2015년 티셔츠가 서랍에서 40년 잔 1985년 티셔츠보다 훨씬 심하게 바랜다.
이 비교를 이 글에서 제일 실용적인 문장으로 꼽고 싶다. 바램은 물건의 나이가 아니라 그 물건이 어디에 걸려 있었는지를 기록한다.
손바느질은 누가 언제 놓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수선 흔적으로 넘어가면 근거는 더 얇아진다.
팔꿈치나 밑단의 삐뚤빼뚤한 손바느질은 누군가 그 옷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마모가 잦은 자리에 흔적이 몰리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 손바느질이 1987년에 놓였는지 2022년 빈티지 숍에서 놓였는지는 실로 알 수 없다. 상태를 좋게 보이려는 판매자도 바늘을 든다.
이 대목에서 일본의 보로가 자주 소환된다. 기후 때문에 목화를 기를 수 없던 19세기 북부 일본에서 서부의 헌 무명을 받아 몇 세대에 걸쳐 덧대 기운 직물이다. 80년대 미국 티셔츠의 급한 손바느질이 그것과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는 서술이 빈티지 글에 자주 나오는데, 계보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둘을 잇는 문헌은 없다. 공유하는 것은 뿌리가 아니라 조건이다. 옷이 비쌌고, 버리는 것보다 꿰매는 것이 쌌다.
정작 그 전통을 잇는 사람이 이 혼용을 가장 경계한다. 보로를 이루는 그 촘촘한 손바느질을 사시코라 부른다. 사시코 장인 아츠시 후타츠야는 자기 웹사이트에서 보로를 “여러 세대에 걸친 사시코 바느질이 쌓인 결과”라 설명하면서, 서구가 다른 직물 전통을 “그 사이의 이야기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뒤섞는 방식을 문제 삼는다. 그는 사시코를 특정 기법의 이름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흠인가 값인가는 흔적의 종류가 아니라 기능이 정한다
그래서 흔적은 흠인가 값인가.
균열이 그래픽의 형태를 유지한 채 결만 남긴 상태는 값이 붙는다. 프린트가 원단에서 떨어져 나가 도안을 알아볼 수 없으면 값이 떨어진다. 색이 고르게 내려앉아 톤이 잡힌 상태는 값이 붙고, 특정 부위만 누렇게 얼룩진 것은 값이 떨어진다. 손바느질이 원래 형태를 존중하며 놓였으면 이야기가 되고, 앞판 그래픽을 가로질러 놓였으면 손상이다.
기준은 하나다. 흔적이 그 옷의 원래 정보를 지웠는가, 아니면 그 위에 한 겹을 더했는가.
| 흔적 | 값이 붙는다 | 값이 떨어진다 |
|---|---|---|
| 균열 | 그래픽의 형태를 유지한 채 결만 남았다 | 프린트가 떨어져 나가 도안을 알아볼 수 없다 |
| 색 | 고르게 내려앉아 톤이 잡혔다 | 특정 부위만 누렇게 얼룩졌다 |
| 손바느질 | 원래 형태를 존중하며 놓였다 | 앞판 그래픽을 가로질러 놓였다 |
기준은 흔적의 종류가 아니라 그 옷의 원래 정보가 남아 있는지다.
매대에서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그런데 이 기준에는 값이 매겨진 반대편이 있다. 한 통에 9.22파운드짜리 잉크가 있는 시장에서, 크랙만 가진 옷은 계속 만들어질 수 있다. 흔적이 값을 만든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 흔적을 공급하는 쪽도 반드시 생긴다. 실제로 생겼고, 규격과 경화 조건까지 붙어서 팔린다.
질문을 바꾸면 대답의 질도 바뀐다. 진짜냐고 물으면 진짜라는 답만 돌아오지만, 어디서 나왔냐고 물으면 모른다는 답이라도 돌아온다.
그러니 매대에서 갈라진 프린트를 만났을 때 물어야 할 것은 “이게 진짜 오래된 크랙인가”가 아니다. 그 질문에는 답이 없다. 물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도안이 아직 읽히는가. 그리고 이 옷의 연도를 말해주는 다른 단서가 태그와 프린트 구석에 남아 있는가.
앞의 하나는 값을 정하고, 뒤의 하나만 연도를 정한다.
매대에서 확신이 안 서면 옷 말고 판매자에게 물어보라. 이 물건을 어디서 받았는지. 크랙은 대답하지 않지만 사람은 대답한다.
함께 읽기
- 연도를 좁히는 건 크랙이 아니라 태그와 봉제다. 그 절차는 싱글스티치면 80년대? 빈티지 티셔츠 구별법을 미국 연방 규정으로 검증했다에 정리했다.
- 티셔츠에 프린트를 얹은 블랭크 제조사들의 계보는 Screen Stars는 회사 이름이 아니었다에 있다.
- 상태가 값을 얼마나 움직이는지는 3달러에 산 티셔츠가 1만 3,500달러가 되기까지에서 실거래로 확인했다.
참고 자료
- [1차] Lawson Screen & Digital Products, General Information about Screen Printing Plastisol Inks — 제조사 기술 문서. 플라스티졸 = PVC 수지 + 가소제, 융착 온도 138~160°C, 섬유와의 기계적 결합, 미경화 시 세탁 균열, 176°C 초과 시 퍼프 붕괴
- [1차] Virus Inks, HYDRA CRACKING WHITE E 제품 페이지 및 The history of a Crack artfully made — 제조사 자체 자료. 수성·PVC 프리·프탈레이트 프리, Oeko-Tex Standard 100, 수직·수평·양방향 수동 파쇄, HYDRA CRACKING BASE는 플래시 열충격으로 자동 파쇄, “재현 가능한 미적 결과”
- [1차] Avient Specialty Inks, EA0055 NPT Puff Additive 기술 자료 — 제조사 TDS. 플라스티졸에 최대 15중량퍼센트 배합
- [1차] L. Cotton, R. S. Blackburn(University of Leeds), A. Hayward, N. Lant(P&G), Dyes and Pigments, 2019 — 원논문. 25°C 30분 vs 40°C 85분, 16회 세탁, 염료 유출 최대 74%·미세섬유 최대 52% 감소
- [1차] Upcycle Stitches(아츠시 후타츠야), What is BORO — 당사자 진술. 보로는 사시코가 세대에 걸쳐 쌓인 결과, 기법 규정 거부, 문화적 혼용에 대한 경계
- [2차] D. Roper Ltd(Screenprintworld), Texprint Vintage Base – Cracking Effect 상품 페이지 — 유통사 페이지(제품 제조사는 AMEX). 165°C 2~3분 경화, “경화 후 손으로 또는 세탁으로 크랙 효과”, 1kg £9.22 ~ 5kg £48.97(VAT 별도), 수성·PVC 프리, 권장 43T 메시
- [2차] River City Supply, Matsui Crack Base Clear (WB0009) 상품 페이지 — 유통사 페이지(제조사는 마쓰이). 수성·PVC 프리, 플래시가 크랙을 만듦, 최종 경화 160°C, 60~86 메시 권장, “두 장이 같은 방식으로 갈라지지 않음”, 쿼트 $29.99 ~ 5갤런 $339.99
- [2차] James Heal, Essentials: Blue Wool Standards – How to Use / PPT Group 기술 해설 — 시험장비 업체 해설(ISO 105-B02 규격 원문 아님). 1~8 등급, 각 단계가 앞 단계의 두 배, BW1 약 6시간·BW4 약 48시간·BW5 약 80시간, 42W/m²·BST 50°C·유효습도 40%
- [2차] Collagen and Leather(Springer), 가소제 이동 측정법 종설 — 가소제가 PVC 사슬에 결합하지 않아 이탈하며 코팅이 취성화됨
- [2차] IntechOpen, UV Treatments on Cotton Fibers — 자외선 조사 후 면섬유 황변(퀴놀·페닐쿠마란 잔기), 인장·인열 강도 저하
- [2차] Plastic Expert, What Is uPVC — 가소제를 넣지 않은 경질 PVC의 창틀·배관 용도
- [2차] Retrospect Journal, Mended Histories: The Emergence of Japanese Boro Textiles — 19세기 북부 일본, 목화 재배 불가와 헌 무명 유통
- [2차] TextileIndustry.net, Difference Between Fiber Reactive Dye and Pigment — 반응성 염료의 공유결합 vs 안료의 바인더 표면 부착








답글 남기기